이윽고 또 하나의 느낌이 서서히 나의 마음을 잠식해 왔고, 그것은 정말 끔찍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에게 <꼭>들어맞는 시간과 장소가 존재한다는 인식. 최악의 슬픔이 스러지고 사라진 과거와도 타협할 수 있게 된 이래, 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의 인간 위치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남은 여생을 기꺼이 보낼 결심을 하고, 내게 잠재된 가능성을 완전히 발휘하게 되는 곳은 이 우주의 어디, 그리고 <언제>일까? 내 과거는 죽었지만, 혹시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에서, 더 좋은 시절이, 앞으로 그 세계의 역사에 기록될 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그것을 알 수 있단 말인가? 나의 황금 시대는 이곳이 아니라 하나 앞의 세계에 가로누워 있고, 또 이곳에서 내가 암흑 시대와 고투하고 있을 때, 단 한장의 티켓, 단 한 장의 비자, 단 한 장의 일기장 너머에 나 자신의 르네상스가 기다리지 않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내가 경험한 두 번째 절망이었다. 나는 <백조의 나라>에 오기 전까지는 그 대답을 모르고 있었다. 엘리너, 왜 당신을 사랑하게 됐는지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그것은 곧 나의 대답이 되었다. 비가 내린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
로저 젤라즈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의 단편 폭풍의 이 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