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그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200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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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를 처음 알게 된 시, 2004년경의 어느날 퇴근후 언제나 그렇듯 영풍문고로 넘어가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한국시 코너에서 처음 발견했다.
입속의 검은 잎,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책과 영화를 고를때 제목에 집착한다. 제목이 마음에 들면 그냥 주저 않고 선택하는 편이다. 그렇게 해서 좋았던 경우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헌데 기형도의 경우 굉장히 성공한 경우이고, 이런 숨겨진 발견의 기쁨 때문에 제목에 대한 집착은 오늘도 여전한가보다.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은, 내가 아는 시들의 모습과 다른 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같은 발음이지만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입과 잎 그리고 그것이 상징하는 것과 시자체의 분위기.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는 것은 어렴풋 느낄 수 있었지만 정확하게는 몰랐다. 시가 518을 배경으로 한 것인지는 검색으로 알았고, 2004년 나는 시에서 나오는 '그'를 박정희로 해석을 했다.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지금도 맞는지 틀렸는지 잘은 모른다. 나는 국어와 문학을 전공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 국어와 문학에 대한 공부는 고등학교 이후 졸업을 한 상태이다.
시를 접했을 무렵 간혹 들려 수다를 떨던 세이클럽 문학채널에서는 기형도가 죽었기 때문에 유명해졌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아해들이 있었다. 내가 기형도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난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랐다. 얼마전에는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아해도 간혹 있더라.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라. 처음 기형도를 발견했을때 그는 한국시 한켠에 조용하게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기형도가 어둡기만 하다는 말은
하루중 낮과 밤중에 밤이 없다고,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에 그림자가 없다고?
라는 말과 같다고 본다.
기형도는 입속의 검은 잎 외에도 좋은시가 많다.
그가 천재인지 아닌지,자살을 했느니 마느니, 씨니컬이 전부니 하면서
기형도 까지마라,
네가 누구던,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시에 관심을 갖게 한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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