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전쟁이 끝난 뒤엔
누군가가 청소를 해야 해.
대충대충 하는 청소도
저절로 되진 않거든.
시체로 가득 찬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가의 잔해들을
밀어내야 해.
비틀 비틀 걸어가야만 해.
진흙과 재
소파의 스프링
이 빠진 유리그릇, 그리고
피에 젖은 헝겊 속으로.
벽을 받칠
통나무를 끌고 가고
창에 유리를 끼우고
돌쩌귀에 문을 달아야 해.
이젠 사진을 잘 받지도 않고
세월도 많이 흘러가야 해.
모든 카메라는 이미
다른 전쟁터로 떠나버렸어.
다리는 다시 세워져야 하고
역도 다시 지어야 해.
헤어진 소맷자락 사이로
팔을 걷어붙이고서.
손에 빗자루를 든 채 한 사람이
이전에 어떠했었나를 회상하면,
다른 사람은 날아가지 않은
머리를 끄덕이며 듣겠지.
그러나 어느새 이들 주위로
그것을 지루하게 여길 사람들이
다가오기 시작하네.
어떤 이는 아직도 가끔
떨기나무 아래서
퀘퀘묵어 녹슨 논쟁을 파내서는
쓰레기 더미로 가져가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이들은
이 자리를 내 줘야 해.
아는 것이 적고
적은 것보다 더 적고
결국엔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
원인과 결과가 고루 덮인 풀밭엔
누군가가 이삭을 입에 문 채
무심히 구름을 바라보아야 해.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 모래알갱이가 있는 풍경 중, 끝과 시작
시를 읽으며 이라크 전쟁을 떠올렸어.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구분이 안가던 그 곳.
자신의 혹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선이라 외치는 이가, 무서운 절대 악.
문득 스치는 생각 하나,
모두 다 한통속 짜고치는 놀음판이라면?
석유던, 테러던, 핵이던.
죽어가던 평범한 사람들.
주인과 객이 제대로 바뀌어버린
그곳, 그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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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21 끝과 시작
2008/12/21 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