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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0 시학 - 보르헤스
2009/10/20 22:03
시간과 물결의 강을 주시하며
시간이 또다른 강임을 상기하는 것,
우리들도 강처럼 스러지리라는 것과
얼굴들이 물결처럼 스쳐감을 깨닫는 것.

불면은 꿈꾸지 않기를 꿈꾸는
또다른 꿈임을,
우리네 육신이 저어하는 죽음은
꿈이라 칭하는 매일 밤의 죽음임을 체득하는 것.

중생의 나날과 세월의 표상을
모년 혹은 모일에서 통찰해 내는 것,
세월의 전횡을
음악, 속삭임, 상징으로 바꾸는 것.

죽음에서 꿈을 보는 것,
낙조에서 서글픈 황금을 보는 것.

가련한 불멸의 시는 그러한 것.
시는 회귀하나니, 여명과 일몰처럼.

이따금 오후에 한 얼굴이
거울 깊숙이서 우리를 응시하네.
예술은 우리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네.

경이에 지친 율리시즈는
멀리 겸허한 초록의 이타게가 보였을 때
애정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
예술은 경이가 아니라 초록의 영원인 그 이타케.

예술은 또한, 나고 드는
끊임없는 강물과도 같은 것.
끊임없는 강물처럼, 본인이자 타인인
유전하는 헤라클레이토스 자신의 거울과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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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흥:)